안녕? 허대짜 수짜님(스포일러 있음)

안녕? 허대짜 수짜님은

노동현장에서 제작된 20년만 장편드라마이다. 20년전의 파업전야가 폭압적인 노동착취의 현장에서 자본에 맞서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그린영화로서 80년대 말 당대의 노동자 투쟁을 그린영화이다. 엔딩에 울려퍼지는 철의 노동자와 투쟁장면이 이를 대변한다.이에 반해 안녕?은 비정규직에 관한 영화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사회적 시선, 그리고 노동현장에서의 비정규직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파업전야에서 자본가 즉 사측은 그야말로 악의 화신으로서 직접적으로 재현되고 있는데 반해 안녕?에서는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간적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파업전야에서의 자본은 직접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존재이지만 안녕?에서의 자본은 서사의 배후에서 정규와 비정규를 나누고 그들을 차별전략을 통해 노동을 분열시키고 착취한다.

 

 갈등의 테마도 다르다. 전자에서는 임금과 잔업, 노조의 설립이 주요 갈등의 축이었다면, 후자는 고용과 차별,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결말 부분의 파업에 대한 신화적인 요소는 동일하다. 전자가 몽키와 스패너를 들고 힘차게 띄어나가는 분노한 노동자들이 달려나가는 모습으로 노동자들의 해방적인 힘을 표출했다면 후자는 직접적으로 처리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지회의 농성장에 노동자들이 모이는 장면에서 곧바로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 파업을 했다는 나래이션이 나오고 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는 측면에서 파업에 대한 신화적 향수가 느껴진다.

 

 딸과 아버지의 갈등, 그리고 깔금한 화면, 몇가지 코메디적 요소가 더 추가되었고, 갈등의 주제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는 파업전야의 미덕을 이어가고 있다. 21세기 노동운동의 역사는 바로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이다. 기륭전자와 케이티엑스, 이랜드, 코스콤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동운동의 주요한 의제가 비정규직이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비정규직은 주인공의 말대로 정규직노조가 만든것은 아니지만, 파업전야에서 강철같은 노동자의식을 가졌던 동지들이(전자의 배우가 나온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은유다) 정규직이 가진 이익을 비정규직을 통해서 유지하고자하는 욕망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보듯이 정규직의 적극적 연대는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똑같이 파업전야에서의 문제점을 똑같이 반복한다. 파업전야에서 노동자의 해방적 에너지가 민주노조 설립으로 귀결된다면, 여기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다시한번 주인공의 말을 언급하자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만든것이 아니다. 바로 서사의 배후에 있는 자본의 노동분할 및 유연화 전략이 실천된 결과물이다. 차라리 파업전야는 노조설립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직접적인 재현으로서 자본이 가진 노조에 대한 의식과 적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겨냥하지만 여기서는 서사의 배후에서 은밀하게 사라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자의 시대가 노동과 자본의 단순한 적대적인 대립의 시대였다면 이시대는 파편화된 노동이 자본에 종속화 되어가는 시대다. 오히려 그런 은밀하게 노동의 파편화를 촉진하고 운동의 힘을 거세해가는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어야할 필요가 있는 시대다.

 

 뭐 원작을 뛰어넘는 아니 그와 비슷한 수준의 후속작은 참으로 보기 힘든 일이니깐.

by 소금인형 | 2008/09/02 00:3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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